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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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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장의 오늘과 제품안전

㈜아이씨티컴플라이언스 김영승 부대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성장세는 주목받을만 하였고 늘 예상하였던 것보다 더 큰 성장들을 이루어냈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며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급성장하며 수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제품안전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유통과 제품안전관리

전통적인 유통의 모습이라 하면 어떤 모습일까. 제조자와 소비자, 그 사이를 이어주는 유통사를 떠올릴 수 있다. 오늘 주목하여 살펴볼 것은 유통사이다. 상품을 찾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이를 상인이라 불렀다. 상인은 수요가 있을 만한 상품을 찾아 필요로 하는 이에게 공급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인은 더 싸게 상품을 들여오고 더 비싸게 값을 불렀다. 구매가를 낮추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량이었다. 규모의경제로 많은 물량을 다루는 것은 소량을 취급하는 것보다 더욱 저렴한 원가를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개념은 현대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유통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량을 취급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그만한 자본이 필요했다. 즉 공급자가 많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는 국내 제조 품목이나 수입 제조 품목이냐를 불문하고 공통된 사항이었다. 해외 수입의 경우,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다양한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되어 더욱 큰 자본이 필요했었다.
제품안전관리 역시 이러한 유통형태에 대해 맞춰 발달해 왔다. 제품안전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제도들이 존재하나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바로 인증제도이다. 인증제도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이 소비자의 신체와 공동체, 국가의 재산 등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상품의 구매와 사용이 소비자에게 득이되는 방향이 아니라 손실과 해악을 일으키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기준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인증제도들은 다양한 법령을 근간으로 존재하고 있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과 일상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인증제도는 크게 두 가지의 접근법으로 안전성을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다. 사전적 관리와 사후적 관리이다. 사전적 관리의 대표적인 예는 익숙한 KC인증이다.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KC인증을 취득할 것을 필수 요건으로 정해둔 것이다. 유해성에 대한 안전기준들을 충족하는 상품들만 시장의 진입을 허가받는다. 하지만 사전적 관리만으로 시장의 유입을 완전히 통제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존재하는 사전 관리제도를 의도적으로 우회하거나 업체의 관리 소홀로 사후 위반이 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한 것이 바로 안정성조사나 시판제품조사와 같은 사후적 관리제도 들이다. 사전이냐 사후냐에 따른 차이가 있으나 결국 인증제도들의 타겟은 바로 판매자이다. 판매자가 사전에 제품의 필요사항을 확인하여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사후 관리의 책임도 지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통이 지배적인 근래까지 안전관리의 대상자 즉, 판매자는 자본을 지니고 재고를 지닌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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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의 유통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유통과 제품안전관리는 기술 발달과 세계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이로인해 가장 큰 폭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온라인 유통시장이다. 전통적인 유통의 형태에 따라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재고를 둔 형태의 유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자가사용 목적의 해외상품 직수입인 직구의 허가와 물류의 발달로 이는 달라지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외직구의 변화이다.
해외직구라고 하면 모두 같은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으나, 실제로 보면 크게 직접구매(직접배송), 배송대행, 구매대행(쇼핑몰형), 구매대행(위임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크게 소비자가 어디에서 제품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데, 해외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를 하는 것에는 직접구매와 배송대행이 있다. 직접구매는 해외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고르고 외화로 결제하고, 해외 판매자가 국내로 직배송을 해주는 경우이다. 배송대행은 이 중 배송 부분에 있어 해외 판매자가 국내 직배송을 지원하지 않을 때, 해당 국가의 소재지에 위치한 배송대행지를 경유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일부 배송대행지는 상품을 구매를 위탁받아 처리하기도 하여 후술할 구매대행(위임형)을 겸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국내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통상적으로 구매대행이라 불리고 있다. 구매대행의 경우, 소비자는 국내 구매대행업자가 업로드한 해외판매자의 상품을 국내 사이트에서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해외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직배송이나 배송대행을 통해 배송을 하는 모든 과정은 구매대행업자가 소비자를 대행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언어와 결제, 배송관리라는 다양한 해외직구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는 큰 편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서술한 바와 같이 국내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구매대행(쇼핑몰형)이고 해외 사이트에서 상품을 찾아 대행업자에게 지정하여 구매를 요청하는 것을 구매대행(위임형)이라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구매대행업이 전통적인 유통의 형태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점은 재고가 없이 운영이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재고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으나 자본이 없이도 유통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유통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음을 의미했고, 유통단계의 축소와 부대비용의 감소로 가격경쟁력이라는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특성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오프라인 시장의 열세에 대비한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이 도드라지며 시대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유통시장으로 진입하였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개중에는 이러한 구매대행업자들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한 솔루션들도 있었다. 해외 사이트의 상품 정보를 가져와주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동 번역을 거쳐 등록을 보조해주는 형태로 기존의 업무를 도와주는 수준이었으나, 종국에는 해외 사이트의 내용을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긁어와 국내 사이트에 그대로 등록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자에게는 그간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들이 물 밀 듯이 쏟아져나오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오늘날의 온라인 시장이 격변의 시대라 칭한 것은 오늘날의 유통이 여기에 머무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중국의 대표적인 소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에 본격 진출하였다. 이제는 구매대행의 형태로 대행업자를 경유하여 제품을 구매하였으나, 이제는 해외 판매자가 직접 국내로 들어오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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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통과 제품안전의 내일

소비자의 선택권만을 보자면 오늘날의 유통은 행복한 비명을 지를만한 수준이다. 눈 돌릴 겨를도 없이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심지어 그 제품은 기존의 제품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한 가격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품안전의 측면에서는 참으로 어렵고 난해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서술한 것과 같이 국내의 제품안전제도들의 주된 관리 대상은 판매자였다. 그 중에서도 재고를 두고 판매를 하는 전통적인 판매자였다. 하지만, 새로운 유통의 시대의 주역인 구매대행업자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해외판매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판매자의 범주에 속해 있지 않다. 이들은 재고를 두지 않으며, 단순히 국내 소비자가 의뢰한 상품을 대행하여 제공하거나 배송만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업무는 용역을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나, 수요가 있을 만한 상품을 홍보하고 대금을 받아 제공하는 것은 유통의 영역에 속해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제품을 유통하는 자가 부담해야 할 제품안전에 대한 책임만을 고스란히 빗겨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인증제도의 특성상 법률 개정이 필요하여 상당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현재의 이러한 상황을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는 요원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나마 근래에 퍼진 구매대행이라는 유통형태에 대해 살펴보아도 그러하다. 대부분의 국내 인증제도 중에서 구매대행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법령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서 유일하게 직접 언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외의 법령들에서는 인증대상 품목임에도 인증을 보유하지 않은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조문을 근거로 구매대행에 대해 불가라는 답변을 갈음하거나, 자가 사용 목적으로 수량을 제한하여 구매를 허용하는 형태로 구매대행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구매대행(쇼핑몰형)은 대행업자가 상품을 국내 사이트에 게시하여 홍보, 판매한다는 점에서 판매자로 분류되어 인증제도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고, 정부기관은 시판제품조사 중 일정 비율을 쇼핑몰의 구매대행 품목에 할당하고 있어 어느 정도 관리를 받고는 있으나, 구매대행(위임형)은 소비자가 의뢰한 용역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매대행의 상황이 이러한데, 가장 최근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해외 판매자에 대해서는 그 적용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품안전의 위협에 어떠한 대처가 가능할 것일까.
첫 번째 방식은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인증제도에 대한 홍보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KC인증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어떠한 제품들이 KC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하나의 상품에서도 여러 인증들을 취득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매대행 상품에 대해서는 구매대행제품임을 명확히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하고, 구매대행제품으로 인증대상제품이나 인증을 보유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으 국내 사이트에서 사업자별 계정 중 구매대행업을 지정한 계정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계정 단위에서 사업형태를 구분한다면 일률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무적인 차원에서도 구매대행업과 재고를 쌓아두는 도매,소매 사업은 세무소명 방식이 달라 별개의 사업자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안전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더욱 싸고 빠르게 받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해외직구, 구매대행, 해외판매자 직접 진출로 인해 대다수의 판매자들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때에 고려하는 것은 단순 가격만이 아니다. 회사가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일 수도 있고, 안전성에 대한 철학이 될 수 있다. 국내제조사, 수입유통사들은 가격경쟁력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제품안전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을 하고,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수량, 평점, 가격만이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을 기준으로 상품리스트의 순위를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소비자에게 안전성을 기반으로한 구매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까지 제품안전에 대한 다양한 제도들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여겨지며 눈총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증은 해당 산업의 진입장벽과도 같은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격변하는 유통의 시대에서 이러한 장점이 가려지지 않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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